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외과수술적 접근법

성공적인 브랜드를 '죽여야' 할 때

리더의 책상에는 언제나 어려운 결정들이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비정하게 느껴지는 결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도 수익을 내고 있는, 어쩌면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성공적인 브랜드'를 자신의 손으로 없애야 하는 결정입니다.

자식처럼 키워온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은 리더의 본능에 반하는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서, 때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것은 파괴가 아닙니다. 더 큰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더 위대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장 정교하고 냉철한 '외과수술'입니다.

진단: 성공이 '악성 종양'이 되는 순간

어떤 경우에, 성공적인 브랜드가 오히려 조직 전체의 건강을 해치는 악성 종양이 될 수 있을까요?

미래를 잠식하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그 브랜드는 여전히 견고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회사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신규 브랜드의 잠재 고객과 자원(예산, 인재, 리더의 관심)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당장의 전투에서는 이기고 있지만, 미래의 전쟁에서는 패배하는 길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변화를 가로막는 낡은 닻(The Anchor)

브랜드의 정체성이 너무나 강력하게 과거의 특정 기술이나 시장에 묶여 있어, 기업 전체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코닥이 '필름'이라는 성공적인 브랜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놓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성공이 오히려 미래를 향한 변화의 발목을 잡는 무거운 닻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전략적 모순의 씨앗(Strategic Contradiction)

기업이 '프리미엄 친환경 브랜드'라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포트폴리오 안에 '저가 대량생산'으로 수익을 내는 브랜드가 건재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 둘은 공존할 수 없는 모순입니다. 

하나의 성공적인 브랜드가, 기업 전체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대한 진정성을 훼손하고 시장에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는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술: 어떻게 집도할 것인가

이러한 진단이 내려졌다면, 리더는 감정을 배제하고 외과의사처럼 냉철하게 수술을 집도해야 합니다.

1. 수술 전 분석 (Pre-op Analysis)

이 결정은 개인적인 애착이나 과거의 영광에 기반해서는 안 됩니다. 향후 5년, 10년의 시장 성장 예측, 브랜드별 자원 투입 대비 효율, 

그리고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2. 수술 방법의 결정 (Choosing the Procedure)

'죽인다'는 것이 반드시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1)통합 및 흡수 (Merge & Absorb)

해당 브랜드의 핵심 자산(기술, 고객층 등)을 더 미래지향적인 다른 브랜드에 흡수시켜 시너지를 꾀합니다.

2)점진적 축소 (Phase-out)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지도록 시간을 두고 관리하며 고객들을 다른 브랜드로 유도하는 '연착륙' 전략입니다.

3)매각 (Divestiture)

브랜드 자체는 여전히 가치가 있지만, '우리'의 미래 전략과 맞지 않을 뿐입니다. 이 브랜드를 더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에 매각하여,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주는 현명한 선택지입니다.

3. 수술 후 관리 (Post-op Care)

수술의 성공은 깔끔한 절개만큼이나 세심한 사후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브랜드에 애착을 가진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충성 고객들이 겪을 혼란을 최소화하며, 

이 결정이 왜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를 시장에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브랜드를 '죽이는' 결정은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빛나는 성공을 발판 삼아, 더 위대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내리는 가장 고도의 전략적 결단입니다.

훌륭한 정원사는 아름다운 꽃에 물을 주는 사람이지만, 가장 위대한 정원사는 나무 전체의 건강을 위해, 

비록 지금 가장 풍성하고 탐스러워 보이는 가지일지라도 과감히 잘라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지금 당신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라는 정원에서, 

당신은 물뿌리개를 들어야 합니까, 아니면 잘 벼려진 전정가위를 들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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